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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TV 가요 프로가 '몰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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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TV 가요 프로가 몰락하고 있다. 2000년 초반만 해도 10% 이상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시청률을 살피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오죽하면 ‘애국가 시청률’이라 부를까. 애국가는 모든 TV 프로그램이 끝나며 나오는 것이고, 그걸 시청할 사람은 드물 테니, 그 비아냥이 처참하기 그지없다.

방송 3사 대표 가요 프로가 같은 처지다. ‘몰락’이라는 말 말고 적절한 표현을 찾을 길이 없다. 회복의 기미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속 시원한 돌파구를 제시하는 사람도 없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음악은 더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유비쿼터스’다. 유비쿼터스(Ubiquitous)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이라는 뜻이니 요즘 세상에 노래만큼 이 말에 잘 어울리는 것도 없다. 집 안이건 밖이건, 멈춰 있건 움직이건, 혼자 있건 모여 있건, 노래는 어디에나 있다.

단언컨대 노래를 능가할 유비쿼터스형 문화상품은 없다.

노래에 대한 수요는 이처럼 넘쳐나는데 노래를 다루는 핵심 매체 TV는 죽을 쑤는 기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 방송사 측은 ‘순위제 부활’을 들고 나왔었지만, 약간의 논란을 일으키다 지금은 잠정 연기한 상태다.

역시 그것은 근본 대책일 수 없다. TV 가요 프로 몰락의 근본적 원인이 ‘순위제 폐지’라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보고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더구나 과거 순위제가 불러왔던 폐단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은 안하니만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 채 과거의 덧난 상처만을 다시 끌어내 더 키울 우가 있는 것이다.

‘순위제 부활 논리’ 연장선에서 이점도 생각해보자.

음반사들이 음원 불법복제에 대해 우는 소리를 할 때 일부 네티즌은 “좋은 노래가 있어야 사지” 라며 대거리를 하고는 했다. 하지만 필자는 네티즌의 항변이 보편적 진실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자신이 듣기에 좋은 노래가 아니라면 굳이 불법복제하거나 다운 받을 이유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현재의 TV 가요 프로가 예전에 비해 볼거리가 적어졌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그동안 기술과 노하우가 진보한 만큼 요즘 프로가 예전 프로보다 오히려 더 잘 만들어졌을 것이다. TV 가요 프로의 시청률 부진 이유가 잘 만들고 못만들고의 문제인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더 예를 들면, 혹시 모르게 TV 가요 프로그램 제작진이 그동안 행했을 수도 있는 몇 가지 오류나 미성숙의 문제, 그리고 예전 가요의 주요 장르와 요즘 가요의 주요 장르에서 느껴지는 감성의 차이 등도 근본 원인은 아니다. 오류나 미성숙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고 장르가 변한 것은 대중의 기호에 따른 것일 뿐이기 때문에, 방송 3사 가요 프로의 집단적 몰락의 원인으로 해석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따라서 제작진에게 시청률 부진 책임이 있다면, 단 하나 뿐이다. 현직(現職)이라는 점. 이 것은 그들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TV 가요 프로 시청률이 과거의 영예를 회복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래서다. 좀 엉뚱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필자 판단으로는, TV 가요 프로의 몰락은 필연적인 현상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TV 가요 프로의 몰락은 기괴한 일이라기보다는 아주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 게다.

더군다나 이런 현상은 대중에게 큰 관심거리도 안된다. TV 가요 프로가 몰락한다고 해서 대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TV 가요 프로와 상관없이 노래를 듣는데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다. 일부야 다르겠지만, 대중한테 이들 프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관계자한테는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필자는 그게 엄연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전철을 먼저 겪은 곳은 음반 제작사들이다. 여기서 음반사의 몰락 과정을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 할 수 있다. 다만 음반사들이나 TV 가요 프로가 겪은 뼈저린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음반사 몰락의 근본적 원인은 사회를 통째로 흔들며 출렁이는 거대한 물결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TV 가요 프로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불행히도 그 물결은 음반이나 TV라는 매체적인 특성과 한계를 탓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속 시원한 대책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답은 미시적 수정에 있는 게 아니라 거시적 통찰에 있다.

노래가 안좋아 음반을 안사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대중은 굳이 음반을 사야 될 필요가 없어 안사는 것처럼, TV 가요 프로 또한 재미가 없어져 안보는 게 아니라, 지금 대중한테는 볼 필요나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물어보자. 당신은 음악을 듣기 위해 먼저 무엇을 하십니까. TV를 켭니다. 이렇게 답할 대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 답은 의외로 엉뚱한 발상에서 찾아질 수도 있다. 대중의 머리 속에는 지금 TV가 가요를 품은 매체는 아닌 것이다. 대중은 TV 속에 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잘 만든들 무슨 소용인가. (물론 최소한 시청률만큼은 여전히 TV에서 노래를 듣고 있을 거고, 이런 사실까지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답은 역시 유비쿼터스에 있는 듯하다.

TV를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 것인가. 그런 엉뚱한 질문을 단단히 던져야 할 때다. 그래야 최적의 유비쿼터스 문화상품인 노래와 TV가 호응할 수 있다. 위성 혹은 지상파 DMB의 활성화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겠다. 또 DMB를 활성화하되, 디지털 매체의 속성이 그렇듯, 쌍방향성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함께, 가요를 듣는 게 아닌 보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상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TV전성시대 가요계 경쟁력이 비주얼 쪽으로 치우쳤다면, 유비쿼터스 시대 가요는 오디오가 더 적격일 수도 있다.

사실 유비쿼터스로의 진전은 너무 지난한 숙제일 수 있다. 그래서 필자가 대안이라고 내놓은 답 또한 관계자들 모두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현실화하기가 당장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그 점에서 아주 높은 시청률은 아니지만, 대표 프로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몇몇 프로를 벤치마크 하는 것도 단기적으로는 생각해볼 일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 '콘서트7080' '이적의 음악공간' 등이 그 예다.

이들 프로는 세대별 가요를 대표하거나, 겉모습만 보여주기보다는 감성적 감동을 끌어내 적오도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이균성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이뉴스24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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