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대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오히려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민주당 최민희 의원 주관으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 제도적 개선방안은?' 토론회에서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배급과 상영을 금지한다는 방안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변동 부율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볼 것"을 제안했다.
대기업의 영화 배급 상영 겸업 금지는 국회가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법(이하 영비법) 개정안'에 명시된 내용으로 최근 '아이언맨3'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국내 2천여개 스크린 중 1천300개 이상을 점유하는 방식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었다.
최민희 의원은 복합상영관을 일정 수 이상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 수 있는 영화상영관으로 정의하고 ▲대기업의 영화제작업 겸영 금지 및 영화 상영업자의 배급업 금지 ▲복합상영관에서는 동시 상영 영화 중 동일한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지 말 것을 골자로 영비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스크린 독점 문제 역시 지난 2007년 '특정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법안 개정이 추진됐으나 '과잉 규제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로 중단된 바 있었다.

◆"CJ가 CGV 압력 못줘"…변동 부율 제안 나와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기업의 겸업 금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스크린 독점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윤철 감독은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한다는 영비법 개정안의 취지와 필요성엔 공감하나 대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겸업하는 것이 독과점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를 대기업 겸업에서만 찾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장은 최대 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라 같은 계열사의 영화라고 무조건 밀어주지 않는다"면서 "예를 들어 CJ E&M 대표가 자사 영화 상영률을 높여달라고 CGV에 부탁을 해도 그 영화가 CGV보다 메가박스에서 더 많이 상영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사실상 대자본 밑에 수직계열화 돼 있는 미국의 영화 산업에서도 스크린 독과점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변동 부율' 때문"이라며 '배급-상영 겸업금지' 대신 '변동 부율'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변동 부율은 특정 영화 상영시 배급사와 극장의 수익배분을 주단위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아이언맨3를 상영할 때에도 임대료를 뺀 배급사 측 수익을 첫째주와 둘째주엔 95%, 셋째주엔 90%, 넷째주에는 85%로 점점 낮추는 방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상영관의 배분율이 높아지도록 하고 있다.
변동 부율을 적용하면 극장은 아이언맨3 관객이 배급사 부율이 높은 1주차와 2주차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초기에는 적은 수의 스크린만 할당하고 영화가 크게 흥행을 하지 못해도 시간이 갈수록 부율이 높아져 장기상영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다.
정 감독은 그러나 특정 영화의 상영 비율 제한을 둠으로써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법안 내용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 감독은 "1위부터 5위까지의 상업영화가 있는데 오로지 1위 영화만 스크린을 점령하는 현실을 바꾸자는 얘기며 골고루 상영됨으로써 관객은 다양한 상업영화를 접할 기회가 더 넓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에 대해 "배급-상영 겸업금지, 스크린 수 제한, 대안 영화 상영관 확대 세가지 모두 법안 개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연 교수는 "영화 배급-상영 겸업금지가 일시적으로 영화산업 시장을 위축시킬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각 분야의 전문성과 자율성 확보를 통해 시장이 더 견실해질 수 있다"며 "과도한 비율의 스크린 수 제한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합리적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산업고용복지위원회 김상민 정책위원은 "세가지 대안에 대한 관련 조항들이 국제통상위원회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스크린 수 제한 시 외국 상영물 등에 대한 실질적 경제적 손실 효과가 있는지 등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CGV "시장 파이 키운 공로 인정해줘야"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CJ CGV는 대기업의 겸업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영화 시장을 키운 공로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CJ CGV 홍보팀 박경수 부장은 독과점 지적에 대해 "스크린 편성은 사전 예매율을 토대로 하는 것이고 우리가 판을 키워 시장 파이를 급성장시키고 관객들에게 편리한 영화 감상 환경을 제공한 점도 조명받아야 한다"며 "주주의 세계는 냉엄해 계열사 영화라고 무조건 봐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통상 1만명을 넘기 힘든데 CGV의 무비꼴라쥬를 통해 '지슬'이라는 좋은 영화가 14만 관객을 돌파했다"며 CGV가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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