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앵커는 시청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앵커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간적이고 평범함을 갖추는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시청자들에게 편하고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17일부터 MBC 주말 9시 '뉴스데스크'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김주하(34) 앵커가 옆집 아줌마처럼 편안하고 푸근함을 이상적인 앵커의 제일 가는 덕목으로 꼽았다.
지난 6일 출산 휴가를 마치고 1년 만에 보도국 국제부로 복귀한 그에게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이라는 특명(?)이 떨어진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이번 MBC의 결단을 놓고 방송계는 물론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12일 오후 여의도 MBC 경영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앵커는 그래서인지 '주위의 기대감이 높아 부담을 느낀다'며 말문을 열었다.
"회사나 시청자들께서 과거 이상으로 저를 믿고 뭔가 기대하는 것 같아서 솔직히 너무 너무 떨려요. 예전에는 그런 부담감은 없었는데...뭔가 다른 성숙미를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얼굴과 눈빛은 자신이 만들어 간다고 하던데, 내가 과연 그런 모습으로 돌아왔는지도 의문이네요."
하지만, 김 앵커는 이어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주말 뉴스데스크에 대한 밑그림을 거침없이 제시했다.
"뉴스 앵커라는 게 과거 사실관계만을 전달하는 단순 리더와 개인이든 회사이든 자신의 의견을 갖고 있는 앵커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저는 심층뉴스로 가고 싶어요. 그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이어 "주말은 한 주의 마지막이면서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난 한 주간 있었던 일과 앞으로 한 주간 있을 일에 대해 심층적으로 뉴스를 전하고 싶다"며 "주말에는 35분이라 평일보다 시간이 짧지만 좀더 '긴' 뉴스가 가능하다고 본다. 주말 뉴스인 만큼 스타일은 부드러운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밝혔다.
김 앵커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주말 '뉴스데스크'의 스타일은 두 가지.
하나는 '뉴스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또 '주말 분위기에 적합하면서 심층보도에 맞는 소재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이다.
"먼저 뉴스 분위기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예요, 메인 뉴스인데다 뉴스 가치를 고려하면 무조건 부드럽게만 갈 수도 없고, 또 주말 분위기를 타면서 심층뉴스 소재 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제가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주말이면서 여성 단독 앵커 분위기도 내고 심층뉴스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 중입니다."
이를 위해, 김 앵커는 회사측에 주말 뉴스팀을 따로 꾸리자는 제안도 하고 본인도 팀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과거 여성 앵커처럼 차려 놓은 밥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밥상을 차리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MBC 창사 45주년 뿐만 아니라 한국방송 역사상 파격적인 행보로 보인다.

김 앵커는 "밥상에 앉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밥상 차리는 것을 돕고 메뉴까지 짜면 손쉽게 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다"며 "이것이 여성 앵커의 입지를 더욱 넓히는 일"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남자 앵커는 모든 시스템에 참여하는 데 비해 여성 앵커는 다 된 일에 발 담그는 경우가 많았어요. 밥상에 앉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저는 같이 뛰어들어 남자 앵커들이 해왔던 일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워킹맘 김 앵커에게도 풀기 어려운 숙제가 하나 있다.
주 7일을 기자와 뉴스앵커로 근무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정을 돌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와 남편에게 너무 미안하죠, 회사에 다시 출근하고 나서 일주일 사이에 아이 자는 모습만 딱 3번 봤습니다. 첫 출근하는 날 아이가 바지 가랑이를 잡고 안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도 하고 상담도 했는데, 교사인 여동생이 양보다는 질이라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 깊은 마음으로 교류하려고 합니다. 남편도 '주말엔 자신이 아이를 보겠다'며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인지 가정사 얘기에서 김 앵커의 말도 조금은 길어졌다.
"벌써부터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와 남편을 위해서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양보다는 질로 잘해 주고 싶은 마음에...이러다 아이가 자연인(?)으로 살것 같네요(웃음)."
김주하 앵커는 10개월 동안 쉬는 동안 방송생활과 취재 뒷얘기를 담은 책을 집필 중이었다고 한다. 처음 원고 청탁이 왔을 때 손석희 교수 등 주변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너 못할 거야'라는 말에 오기(?)가 생겨 시작했지만 결국 일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고.
"아이 키우면서 책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오기로 시작했는데 결국 벌 받는 거죠. 요새는 출판사 전화만 오면 도망 다니고 있어요(웃음)."
김 앵커가 집필 중인 책은 원고지 100장 정도의 분량만 남겨 놓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단독 앵커는 단순한 스타 마케팅은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기분으로 시도하는 일이예요. 저도 그 역사를 어깨에 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후배나 다른 방송사에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완벽해 보이고 독해 보인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앵커는 "남이 우는 것 잘 못 본다. 마음이 여리고 약하다. 독하지 않다(웃음)"며 손사래를 쳤다.
지난 해 엄기영 앵커와 진행하던 마지막 '뉴스데스크' 방송에서 그녀가 엄 앵커의 '섭섭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주루룩 눈물을 흘린 것으로 보면 아마 맞는 말인 것 같다.
김 앵커는 "당시에도 그렇지만 후임인 박혜진 아나운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할것이라고 믿었다. 자랑스러운 후배다"라며 "이번 주말 뉴스의 단독앵커 맡은만큼 생동감이 넘치는 보도국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했으며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방송계 여성앵커의 다시 역사를 쓰겠다는 김주하 앵커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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