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드걸로 변신한 '피겨여왕' 김연아(19, 고려대학교)와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 주쿄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쇼트프로그램이었다.
김연아는 17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빨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 베르시' 빙상장에서 열린 2009~2010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 '에릭 봉파르'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6.08점(기술 점수 43.80, 프로그램 구성점수 32.28)으로 1위에 올랐다.
76.08점은 지난 3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최고점이자 세계 기록인 76.12점에 불과 0.04점 모자란 점수다.
연기는 물흐르듯 진행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담금질을 한 뒤 시즌 첫 선을 보이는 무대라 떨릴 법도 했지만 '여왕'은 개의치 않았다.
10명의 출전 선수 중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를 뒤에 두고 아홉번째로 출발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 가볍게 성공한 뒤 단독으로 시도한 트리플 플립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 관중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난 시즌 시도했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9.50)에 비해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기본점수 10)의 배점이 좀 더 높아 기술점수를 얻고 싶었던 전략이 통한 것이다. 게다가 가산점 2점도 추가됐다.
특히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 점프 시 심판으로부터 석연치 않은 '롱에지(wrong edge)' 혹은 '주의(!)' 판정을 받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기억을 지웠다. 1점의 가산점을 받으며 6.5점을 챙겨 점프 교체 전략이 통했음을 널리 알렸다.
이어진 레이백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더블 악셀 등도 무난하게 소화한 김연아는 매혹적인 표정을 지은 뒤 관중석을 향해 총쏘는 세리머니로 2분 50초의 연기를 마무리했다.
반면, 아사다 마오는 지난 10월 3일 일본에서 열린 '재팬오픈'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부진한 연기를 선보였다. 재팬오픈에서 아사다는 장기인 트리플 악셀을 두 번이나 실패하고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다리가 흔들리는 등 최악의 연기를 선보여 102.94점을 받았다.
이번 쇼트프로그램에서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아사다는 지난 시즌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용했던 아람 하차투리안의 '가면 무도회'로 연기를 시작했지만 첫 번째 점프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기본점수 9.5점)에서는 점프를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며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당했다.
결국, 58.96점(기술점수 29.80, 프로그램 구성점수 29.16)을 받으며 자신의 역대 최고점인 75.34점에 훨씬 못미쳤다. 오히려 김연아와는 17.12점 차이로 벌어지며 3위로 마무리했다.
김연아를 넘어서기 위해 프로그램 난이도를 높이는 무모함을 감행했던 결과가 최악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매번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한 경향을 보였던 아사다지만 남은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기에는 점수 차가 너무나 크다.
시니어 무대에서 5승5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김연아와 아사다, 둘의 11번째 만남의 결과는 18일 새벽 프리스케이팅에서 가려진다. 물론 김연아가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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